“세계 최초로 각필악보 발견, 우리 소리의 역사를 바꾸다”-K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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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주소 : http://mysql08.pompae.or.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243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22-02-20 09:35 조회4,3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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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각필악보 발견, 우리 소리의 역사를 바꾸다”
(2편 “깨달음의 향연, ‘영산재’로 세계인과 함께 걷는 평화의 길 찾아”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영산재를 계승하는 법현스님은 세계 3대 인명사전인 ABI(미국 인명정보기관), IBC(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사전에 세계의 정신사상이나 예술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로 등재되었다.
한국음악계에서 그가 이룬 또 다른 업적은 세계 최초로 각필角筆악보를 발견한 것이다.
그가 각필악보를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악보는 세종대왕이 창안한 ‘정간보井間譜’였다. 정간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량악보有量樂譜로 인정받았다. 유량악보는 음의 높이와 길이를 나타낼 수 있는 악보를 말하며, 서양의 오선보도 이에 해당된다.
2000년 10월 그의 발견은 세계 최초의 불교음악 악보 발견으로 조명되었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에 비견되었다. 또한, 우리 소리 악보의 역사를 15세기에서 8세기로 앞당긴 쾌거였다. 그 일화에 대해 들었다.
각필악보는 무엇인지.
- 끝이 예리한 도구로 경전 위에 음의 굴곡을 표기한 형태를 말합니다. 삼국시대만 해도 종이는 매우 귀한 물품이어서 국가에서 관리했어요. 특히 경전 위에 먹으로 쓰거나 표시를 할 수 없었겠죠? 대신 대나무 끝을 예리하게 깎아 글자 위에 네 귀퉁이 중 한 곳에 탁점을 찍거나 꾹꾹 눌러 길이를 표시한 것입니다. 탁점으로 우리말 사성(평성, 상성, 거성, 입성)을 표시해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고, 음의 길이만큼 길게 혹은 짧게 꾹꾹 눌러 자국을 남겼죠. 각필악보라는 단어는 제가 처음 썼습니다.
그 발견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고.
- 예. 맞습니다.(하하) 제가 불교음악을 공부하면서 늘 궁금한 점이 있었어요. 악보가 없기 때문에 녹음기도 없던 때는 스승께서 노래를 하면 입만 바라보며 암기해야 했는데, 옛날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여러 박물관을 다니며 자료를 찾다가 2000년 고서가 가장 많이 소장된 성암고서박물관(서울 중구 태평로1가)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국보로 지정된 1010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 초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약칭 법화경)》 원본을 보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몰두한 사이 날이 저물며 창문으로 햇빛이 비스듬히 비껴들었을 때, 글자 위에 뭔가 줄이 옆으로, 밑으로, 위로 간 것이 보였어요. 그때 ‘아!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전에도 그 경전을 본 적이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서산으로 해가 질 무렵 창문 옆에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보게 된 것입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이런 각필 표식을 찾기 어려웠을 듯합니다.
- 불빛을 45도로 비춰야만 보입니다. 조선시대 ‘감로탱화’를 보면 새벽녘에 스님이 촛불을 비껴서 들고 경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저런 모습일까?’ 했는데 이른 아침 또는 저녁 무렵에 비껴보아야 각필악보가 더 잘 보이는 거죠.
아마 그냥 보았으면 두루마리로 된 경전이 오래되어 구김이 생긴 것쯤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영산재를 공부하고 시연해왔기 때문에 제 눈에 그 표시가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발견으로 공인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 2년 후 일본에서도 《판비량론》에 표시된 각필악보를 발견했죠. 일본에서는 경전에 각필로 표시된 것을 40년 동안 연구한 학자가 있었어요. 그 분은 언어를 연구하는 국문학자였기 때문에 옛 서적에 무슨 점과 줄이 표시되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악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거죠.
일본 측에서는 처음에 제 발견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죠. 그런데 발견 당시 한국의 신문사, 방송국에서 세계적인 발견으로 대서특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각필에 대해 30편이 넘는 논문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각필악보가 일본에 있다고.
- 예. 현재 일본 대곡대학교에 소장되었는데 2002년 4월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교수(히로시마대학)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각필이 표시된 경전은 신라 원효스님이 671년 편찬한 《판비량론》을 한국의 심상스님이 필사해 740년 일본 천황에게 바친 것입니다. 일본 〈동대사일지〉에 그 유래가 기록되어있죠. 일본에서 각필악보가 발견됨으로써 신라 범패 각필악보가 일본에 전래되고, 삼국의 불교의식이 전파된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필악보 발견이 불러온 또 다른 파장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옛 선조들이 각필을 실선으로 썼다가 다음 단계에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한자의 뜻이나 단어를 잇는 조사를 담은 부호를 쓴 것인데, 열댓 개의 ‘가타가나’가 우리 경전에 나타난 것입니다. 각필이 일본어의 음운체계를 이루는 ‘가타가나’의 뿌리라는 걸 입증하는 사료이죠. 일본 NHK에서도 제 인터뷰를 포함해서 특집방송을 했습니다. 그 영향은 무척 컸어요. 일본 국문학자 4천여 명의 박사논문이 아무 쓸모없는 휴지가 되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 일본에서는 이 사실을 조용히 묻어버린 상태죠.
= 《판비량론》에서 각필을 발견했던 고바야시 교수는 2002년 ‘일본의 가타가나 문자가 신라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을 최초로 제기했다. 7~8세기 일본에 전래된 신라의 불경 필사본 속 발음과 뜻을 표기한 각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고문서학계의 저명학자인 그의 발표로 인해 한국과 일본 학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지난 2020년 1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바야시 교수는 현지 학계에서 “우리 눈에는 그런 모양의 각필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후배학자들과 미묘하게 대치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임인년壬寅年을 맞은 올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 코로나19로 아직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는 모두가 우리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면서 만든 상황과 환경에 의해 그 해를 우리가 입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새로운 신약이 발견되었어요.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한 때여서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 100년, 200년 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면 모두가 다 죽었을 것 아니에요? 지금 겪는 어려움은 앞으로 과학기술과 우리 정신문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는 호랑이, 즉 범의 해입니다. 범은 추운 곳에서도 활기차게 웅비하는 동물의 상징이죠. 모두가 범과 같은 마음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합니다.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승인 2022-02-19 13:43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66703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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